본문 바로가기
Alpaca

피로그래밍 12기 워크샵을 마치고

by 욕심많은알파카 2019. 12. 30.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매번 생각했던 것은

내가 골라서 들어온 학교, 선택해서 들어온 학과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비록 1년간의 짧은 학과(학교)생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친해진 수십명의 동기들 중 나와 진로나 흥미가 비슷하다고 느낀 친구들은 몇 없었다(성향이나 인성문제와는 별개의 이야기다).

사실 1년밖에 안된 겉핥기식의, 정말 기초적인 공부이기 때문에

내가 느낀점이 정말 단편적이고 편협한 생각일수는 있지만

단순히 공부하면서 컴퓨터와 관련된 공부가 생각보다 재밌다고 느낀 친구들은 몇 없는 듯했다.

 

그러나 피로그래밍은 달랐다.

수업 한번 해보지 못한 상태에서의 워크샵에 불과했지만 워크샵에서의 몇시간은 내가 이 동아리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막연한 생각이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말해주는 듯 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비전공자라고 해서 정말 생각만, 열정만 있는 친구들이 아니라 실행력과 경험까지 모두 갖춘 친구들이었다.

많은 동기들이 말하는 경험들 앞에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초라해지는 나 자신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그들보다 열정과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워크샵동안 피로그래밍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는, 처음 이 동아리를 만드셨던 분들 중 한 분과 몇 시간동안 이야기 할 기회를 가졌다. 비록 나와 5살밖에 차이나지 않지만 경험의 격차는 어마어마했고, 생각지 못했던 명쾌한 정리를 해주셨다. 리스크를 지지 않는 방법은 없다. 재능과는 별개로 어마무시한 노력은 강제적으로 사람을 성장시킨다. 막연하게 그럴수는 있다고 생각했지만 감히 확신을 가지지는 못한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셨다. 창업자였던 그 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좋은 대기업에 가는 것보다 내가 하고싶은 스타트업을 하는게 더 나을수 있겠다"라는 즐겁고도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나라는 사람은 참 말을 앞세우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매번 내 실력과 노력에 비해 과대평가받아왔다. 그렇다고 해서 평소에 내 평가가 굉장히 대단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내가 해온 경험이 정말 보잘것 없는데에 비하여 매번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 같다. 그래서 더 허언증을 가진 사람이 되고싶지 않다. 나는 적당히 말을 앞세우며 나를 포장하는 사람에 그치고 싶지 않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나의 본질, 내 실력이 내 중심에 자리잡힌 사람이 되고싶다.

 

어쩌면 속물적일 수 있는 것 같다. 이 동아리에 지원하면서 "이렇게 빡세게 방학을 보내고 나면 그 실력으로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분명히 있었다. 워크샵을 가기전까지 정말 부끄러운 마인드라고 생각했지만, 많은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생각이 바뀌고 있다. 내가 그 돈을 받는다는 건 거꾸로 그만큼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능력을 얻는데 적당한 노력으로는 충분치 않으리라.

 

대부분의 동아리 워크샵처럼 단순히 술만 마시는 워크샵이었나?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경청하는 편이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맹신하는 편은 아니다. 내 삶의 중요한 선택은 반드시 내가 해야한다. 그러나 이번 워크샵에서는 그 선택을 좌우하는 많은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경험이었던 듯하다.

 

피로그래밍은 빡센 동아리라고들 한다. 중도에 포기하는 이들도 있고, 일반적인 진도로는 오랜 시간이 걸릴 일을 하루이틀만에 공부하도록 욱여넣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부분이 나에게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 같다. 군에 있으면서 나는 너무 많이 쉬었기 때문에. 너무 많은 순간을 고민하지 않고, 치열하지 않은 상태로 살아왔기 때문에. 압축적인 성장이 내가 생각한 효율성에 가장 가깝기 때문에. 열정 많은 이들과 이렇게 노력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 없으리라.

 

적당한 노력은 없다. 6개월동안 14시간씩 코딩에 매달렸다던 누군가의 말씀처럼, 말로만 생색내는 노력은 노력이 아니다.

 

김기림 시인의 단념이라는 수필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데, 일체냐, 그렇지 않으면 무냐? 라는 질문은 인생의 매 순간에서 적용되는 말인 것 같다. 나는 골짜기 밑바닥의 탄탄대로보다, 한 단애의 절정을 택하고 싶다. 아주 극단적인 선택이 날 더 자극하는 것 같다.

'Alpaca'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회 없는 삶  (2) 2020.12.30
모래시계  (0) 2020.08.28
2020년은  (0) 2020.01.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