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을 시작하며 오롯이 군에만 바치는 1년이라고 우울했었던 기억이 난다. 결과적으로 군인으로 1년을 보내긴 했으므로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내 시야가 군에만 머물러있지는 않았으므로 사실 우울할 필요는 없던 것 같다.
2019년을 보내면서 느낀 것은 세가지가 있다.
첫 째, 표현하지 않으면 알기 쉽지 않다는 것. 혹자는 손 끝만 스쳐도 마음이 통하는 사이가 있다고들 하지만, 손끝은 커녕 눈길도 스칠 수 없는 거리에 떨어져있다면? 마음의 통로를 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표현은 그 문을 순식간에 열어주는 카드키와 같다. 상대도 어렴풋이 나에 대해 좋은 감정을 품고있기만 하다면, 카드키를 댔을 때 문은 금방이라도 활짝 열리는 것 같다. 내가 친해지고팠던, 대단하다고 느꼈던, 빛나는 수많은 이들에게 보고싶다고 너는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면서 나는 메말라가던 인연을 되살려낸 느낌이었다.
현명한 이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는 피천득 시인의 말처럼, 더 현명해지고 있는거라 생각하고 싶다.
둘 째, 행동하지 않으면 기회조차 없다는 것. 세상에 눈 먼 돈도 많고, 천지에 널린 것이 기회인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을 찾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나를 바꾸는 시간을 가질 일은 영영 없다. 부단한 건설로 일체를 택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더 깨어있는 머리로, 눈으로, 가슴으로 나를 완성시켜줄 한 획을 더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
셋 째, 나만이 겪었을 거라고 느꼈던 성장통을 대부분이 겪고있었다는 것. 지금까지 내가 또래에 비해 좀 더 성숙하지 않을까, 그들이 겪는 문제의 수준을 나는 이미 뛰어넘지 않았나 하는 오만한 생각을 종종 했었다. 내가 일찌감찌 겪었던 일을 지금에서야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그들은 이미 일찌감찌 겪었던 일을 내가 지금와서야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도 시간이 지나며 알게되었다. 사람의 성장은 일차원적일 수 없다. 토드 로즈가 ‘평균의 종말’에서 언급하듯 개개인을 일괄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척도란 것은 없다. 그러니 내 중심의 생각을 접어두고 때론 내 주위에서 조언을 구하고 배워야만 할 것이다. 더불어, 내가 아직까지 타인과 구분되는 특별한 경험을 쌓아두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노력하자.
2020년엔 그렇게 얻게된 모든 사람과 기회를 최대한 아끼려는 노력을 해야겠다. 이때껏 살면서 되돌아가고 싶은 지점이 없다는 것은 정말 큰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대단한 일을 하지 못했더라도, 후회없는 삶은 그 자체로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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