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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aca8

후회 없는 삶 2년만에 들른 홍대의 네온사인이 번쩍거렸습니다. 모두가 내 전역을 축복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하늘 끝자락이 밝아오기 시작할 때까지 술을 마시고, 동기들과 언제일 지 모르는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비틀비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는 노트북을 꺼내 술이 덜 깨어 핏발 선 눈으로 나가기 전 끝내지 못한 과제를 마저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나에게 2020년이 시작된 것은 그때였던 것 같습니다. 부대에는 사람이 먹고 사는데 필요한 모든 것이 존재하지만,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선택권만은 없었습니다. 해가 지고 별이 뜬 새벽에는, 입을 꾹 다문채로 하늘을 보며 내 꿈, 내 욕망, 내 열정을 마음의 손으로 쓸어내렸습니다. 그러면 터져나올 것 같던 붉은 불꽃들이, 차분한 푸른 불씨가 되어 가슴 깊은 곳에 꼭꼭 .. 2020. 12. 30.
모래시계 내가 삶의 기록을 남기고자 블로그를 시작 한 뒤 벌써 반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지났다. 한동안 글을 쓰지 않은 것에 바빴다는 핑계를 댈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굳이 글로 적지 않을지라도 의미있는 삶의 나이테가 차곡차곡 쌓였기 때문이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지만, 시간의 밀도는 모두가 다르다. 굵직 굵직한 행복, 또는 고통의 기억들이 그 시간의 밀도를 결정한다. '무거운' 시간은 삶에 더 큰 흔적을 남긴다. 나에게는 피로그래밍에 매달렸던 올해 겨울부터 여름이 그랬다. 내 삶의 방향을 바꾸어놓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동아리는 정말 신기해서, 모두가 나와 같이 '무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 특별했다. 마치 그 순간, 그 공간에 아주 커다란 중력이 작용한 것 같았다. 살다보면 문득 '지금 보내는.. 2020. 8. 28.
책공 5기 그린 - Growth or Die 4회차(2020.05.15) 후기 전역 후 나에게 첫 독서 커뮤니티였던 책공 5기 Growth or Die가 5월 15일자로 마지막 모임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모임의 발제도서는 밴 케스노차와 리드호프먼의 "어떻게 나를 최고로 만드는가"였다. 이전까지 다루었던 기업의 성장에 관련된 책들과는 달리 그 성장을 나 스스로에게 적용시키는 책이다. 우리 모임에서는 퍼실리테이터님이 하셨던 첫 발제를 제외하고는 랜덤으로 뽑힌 인원들이 발제를 하는 형식이었는데, 부끄럽게도 이번엔 내가 발제를 맡아서 진행하게 되었다. 경험이 필요한 책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판단하고 이끌어가는 고민을 할 수 있는 책이라 다행이었고, 어떻게 생각하면 운이 좋았다. 시험기간 및 여러 스터디/동아리 일정이 겹쳐 바빠 조악하게 만들긴 했지만, 혹시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도.. 2020. 5. 28.
책공 5기 그린 - Growth or Die 3회차(2020.04.10) 후기 시장을 파괴하는 기업의 본질은 과연 기술에서 나오는가? 책공 5기 Growth or Die 3회차 모임은 탈레스.S.테이셰이라의 '디커플링'을 발제도서로 하여 진행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인하여 아쉽게도 3월 모임이 없었지만, 4월 모임은 개인 위생과 마스크 착용에 유의하여 4월 10일에 진행되었다. 발제도서 디커플링은 내가 복무중이던 2019년에 나왔던 책인데, 당시에도 출간 즉시 서점을 흽쓸며 대단한 화제가 되었던 책이다. 나도 한번쯤은 읽어보고 싶었는데, 책공에서 마침 발제도서가 된 터라 모임 일주일 전부터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열심히 읽었다. 꽤 두꺼운 책이지만, 흥미로운 내용들로 채워져 있어서 딱히 어렵지는 않았다. 발제자는 정구봉님으로, 깔끔한 정리와 차분한 진행 덕에 멤버들이 더 편.. 2020. 4. 26.
책공 5기 그린 - Growth or Die 2회차(2020.02.14) 후기 같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더라도, 누가 그것을 읽고 전달하느냐에 따라 책의 느낌은 전혀 달라진다. 책공 5기 Growth or Die의 2번째 모임은 존도어의 'OKR'을 발제도서로 하여 진행되었다 아쉽게도 이번 모임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늦게되어 후반부만 참여하게 되었다. 책공 모임은 기본적으로 책장을 공유하고 모임원들에게 서로의 책을 나누는 모임이다. 따라서 모임 전반부에는 저번에 빌린 책의 독서 후기와 근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이들의 독서후기를 듣지 못한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내가 읽었던 책은 이어령 작가의 '젊음의 탄생'이었다. 갓 대학에 입학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시각을 열도록 몇 가지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마음에 들었던 챕터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지의 피라미드 부분이.. 2020. 3. 4.
책공 5기 그린 - Growth or Die 1회차(2020.01.10) 후기 아직 좋은 책들을 충분히 많이 읽어보지 못한 탓인지, 단순히 읽기만 하면서 내용을 체화하고 내 삶에서 그대로 적용하는 독서방식이 나는 싫다. 군에서 독서코칭을 통한 병영독서모임을 하면서 느낀 것은, 읽는 동안에는 크게 와닿지 못했던 내용들이 오히려 의견을 교환하고 감상을 나누면서 큰 감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좋은 경험을 거치고 나니 자연스레 전역 이후에도 독서 모임에 참여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찾아본 독서모임들이 참 많았다. 대학 연합 동아리부터 시작해서 여러 유료 독서모임까지. 생각보다 대한민국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고 나도 그런 이들과 함께 있다보면 내 취미가 된 독서를 더 사랑할 수 있을것 같았다. 수많은 독서 모임들 중 하나를 고르는 데에 내가 적용한 기준은 다음과 같았.. 2020. 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