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더라도, 누가 그것을 읽고 전달하느냐에 따라 책의 느낌은 전혀 달라진다.
책공 5기 Growth or Die의 2번째 모임은 존도어의 'OKR'을 발제도서로 하여 진행되었다
아쉽게도 이번 모임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늦게되어 후반부만 참여하게 되었다. 책공 모임은 기본적으로 책장을 공유하고 모임원들에게 서로의 책을 나누는 모임이다. 따라서 모임 전반부에는 저번에 빌린 책의 독서 후기와 근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이들의 독서후기를 듣지 못한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내가 읽었던 책은 이어령 작가의 '젊음의 탄생'이었다. 갓 대학에 입학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시각을 열도록 몇 가지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마음에 들었던 챕터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지의 피라미드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공부를 하다 보면 매번 '내가 이것을 왜 배우고 있을까?'라는 생각에 잠기곤 한다. 상식을 시험받던 청소년시절에도 그랬고, 대학에 와서 여러 전공과 교양수업을 들으면서도 마찬가지였다. 학교에 다니고 시험을 치고 성적표를 받아드는동안 나는 분명히 머릿속에 무언가를 집어넣고 있을텐데, 그것은 도대체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내가 배워온 이론과 사실들은 한낱 정보에 불과해서, 알고있다는 것만으로는 어떤 가치를 내게 창출하지 않았다. 기껏해봤자 높은 등급, 높은 학점으로 내가 열심히 암기했다는 증거만을 남길 뿐이었다. 그러나 같은 정보라도 누군가는 이를 통하여 지식을 얻고, 나아가서는 정보를 제 머리로 판단할 수 있게 되는 '지혜'를 갖는다. 그게 내가 생각하던 프로의 이미지였다. 같은 것을 알고 있더라도 그걸 활용하는 법을 안다. 지식의 가치는 활용해서 그걸로 돈을 버는데에 있다.
그러나 프로와 아마추어 이야기, 공자의 지-호-락(知-好-樂) 이야기는 이런 내 생각과는 궤를 좀 달리한다.
프로는 생계를 위해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들이다. 반대로 아마추어는 무언가 그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사랑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amare'에서 유래한 말이다.
프로에 미치지 못해서, 그것으로 돈을 벌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아마추어라는 내 생각은 원래 어원과는 전혀 달랐다. 아마추어는 지지자(知之者)보다 더 높은 차원의 호지자(好之者)였던 것이다. 어쩌면 아마추어는 사랑하는 것을 배우기에 락지자(樂之者)일지도 모른다.
나는 어쩌면 젊음에 대해서 조금 조급한 생각을 가지지 않았나 싶다. 내가 하루라도 빨리 사회에 나가고, 내 능력으로 돈을 벌고싶어하는 것은 한 사람의 어엿한 성인으로 보이고싶다는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생계를 위해 배우지 않아도, 지식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지 않아도 배우는 것은 배우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다. 내가 일부러 찾아 들었던 예술 교양 강의들이 그랬고, 늦은 새벽까지 찾아보던 코드들이 그랬다. 배우는 것 자체가 즐거울 수 있다. 그거야말로 내가 몰랐던 지식이 창출하는 가치 아닐까?
그리고 내가 배워왔던 모든 것들, 배우는 자세 그 자체까지도 결국엔 메타 지식이 되어서 나를 구성한다. 내가 지금의 주관과 판단을 가지게 된 것은 내가 가치를 의심했던 그 모든것들이 나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이 책을 읽으며 생각이 났다. 좋은 책을 빌려주신 멤버님께 감사드린다.
OKR
Objectives and key results (OKR) is a framework for defining and tracking objectives and their outcomes.
······
OKRs comprise an objective—a clearly defined goal—and one or more key results—specific measures used to track the achievement of that goal. The goal of OKR is to define how to achieve objectives through concrete, specific and measurable actions. Key results can be measured on a 0-100% scale or any numerical unit (e.g. dollar amount, %, items, etc.). Objectives should also be supported by initiatives, which are the plans and activities that help to achieve the objective and move forward the key results.
······
(wikipedia에서 발췌했습니다)
OKR의 발제 준비는 이인상님이 맡아주셨다. 1회차 모임의 허승님과 전혀 다른 느낌의 발제인데다가, 모임원들도 이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분위기였어서 느낌이 많이 달랐다.
OKR은 조직적 목표 설정 및 달성추적을 위한 방법론이다. 앤디 그로브가 창시하고 존 도어가 설파한 뒤로, 구글과 트위터를 포함한 여러 기업들이 이를 사용하는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전까지의 프레임워크에 비하여 OKR은 대단히 유연하고 간단한 방식을 채택하므로, 애자일을 중시하는 최근 스타트업들이 도입하는 추세이다.
O(Objective), KR(Key Results)
즉, 합쳐서 OKR은 일종의 청사진으로, 조직 전체가 동일한 사안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주는 경영도구이다. 이를 통해 조직의 투명성을 높이고, 생산적인 방법을 모색한다. 예를 들어 구글은 "세상의 모든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겠다"라는 목표를 가졌었다.
목표objective는 이상적/행동지향적/영감으로 가득한 특징을 지닌다. 최종적으로(이는 상대적이다) 성취하고자 하는 바를 목표라고 정의하며, 달성이 어려울 정도의 수준으로 높아야 한다. 핵심결과key results는 목표 달성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달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지표이다. 따라서 공격적/현실적/검증가능해야한다. 이상적인 목표와는 달리 구체적이고 계량가능(즉, 수치화될수록 좋다)해야한다.
이러한 OKR의 기본적인 개념을 숙지하고 적용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 아이의 삶을 구성하며 최종적인 목표에 대해 OKR을 설정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OKR을 설정하고 나서, 방해요소가 생길 수 있다.
그럴 경우엔 그 방해요소를 해결하는 단기적인 해결목표들을 다시 설정한다. 해결 목표를 기준으로 다시 하위 OKR이 생긴다.
이처럼 OKR은 최종목표를 구성하는 수많은 세부 OKR들로 이루어져있고, 이를 유연하게 재구성할 수 있다.
나는 사실 OKR이 유명한 방법론인것도 처음 알아서, 여러 기업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다는게 신기했다. 얼마전에 프로젝트를 하면서 배운 노션에서는 아예 OKR 템플릿이 존재하기도 한다. 좋은 정보를 알려주신 이인상님과 허승님께 감사드린다.
이번 발제를 보면서 든 생각은 정말 '누가 전달하느냐에 따라 다르구나'였다.
허승님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이인상님은 OKR의 개념을 실제로 이해시키기 위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셨다. 경영적인 이야기만 하면서 딱딱하고 어렵게 풀어낼수도 있었지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주제(한 아이의 꿈을 위한 OKR)를 기준으로 하셨기 때문에 조금더 편안히 들을수 있었다.
사실 1회차 모임에서는 PM이나 창업경험이 있으신 분들이 많아서, 그 분들의 대화수준에 맞춰가기 위해 미리 용어나 정보를 찾아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험의 격차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 모임에서는 서로 경험도 나누고, 상황극도 하면서 책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좀 더 부담없는 모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확실히 2번째로 모이니 멤버 몇몇은 얼굴이 익어서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직의 성장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다니고 계신 회사의 독특한 조직문화를 들었다.
- 좋아하는 비디오 클립들을 공유하면서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다
- 매일 DJ를 하나씩 정해서 음악을 틀어놓고 일한다
- 회의를 짧게 한다(일정 시간이 지나면 누구든 종을 치고 회의를 끝낼 수 있다)
- 식사시간이 자율이다.
사실 회사가 최고의 성과를 내는 방법은 구성원 전체가 하나된 마음으로 목표를 향해 성과를 낼 때이다. 막연한 이야기지만 이 과정에서 조직문화는 윤활유역할을 한다. 독특한 하나의 조직문화를 공유하는 팀은 소속감도 높아지고,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이런 재미있는 조직문화들을 들으면서 서로 부러워하기도하고, 이번에 새로 도입해봐야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개인적으로는 네임벨류와 연봉이 다가 아닌 스타트업에서는 이런 문화들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이 다음에 취업을 하게 된다면 저렇게 자기 특색을 가진 기업에 들어가고싶다. 또는 그런 문화를 잘 받아 들일 수 있는 창업가가 되고싶다.
조직이 아닌 개인 차원에서 스스로에게 어떤 보상을 주는가,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가는 재미있는 주제였다. 다들 자기 나름의 방법이 있었다. 가장 많이 나왔던 방법은 아무래도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일도 사회적 활동이라, 결국엔 사람과 어울리고 부딪힌다. 그렇기때문에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휴일을 집에서 혼자 푹 쉬고싶어하는 것같다.
중요하다고 느꼈던 것은 스스로에게 대접을 하는 행동이다. 얼마전에 본 유튜브 클립에서도 나왔고, 모임의 많은 멤버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혼자 먹는 음식, 술을 가장 정성스럽게 차린다고 한다. 나를 여러 조각내어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다보면, 자신을 충분히 사랑할 기회가 없게 된다. 혼자 있는 시간에 본인에게 가장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잠자리와, 좋은 노래를 선물하자. 스스로를 존중하자. 그런 의미에서 요리는 정말 좋은 취미인 듯 하다. 조금씩이라도 배워가고 싶다.
내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은 글쓰기였는데, 수필이나 생각따위를 써서 어딘가에 (익명으로) 올리는 것이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억울하고 답답한 일이 있을 때, 또는 너무 마음이 심란할 때 글은 좋은 감정의 파레트가 된다. 파레트에서 이 색 저 색을 섞다보면 원래 색과는 전혀 다른 색이 만들어진다. 마찬가지로 이 감정 저 감정을 글로 담아내면 어느 순간 객관적으로 내 감정을 바라볼 수 있게 되고, 한 편의 글 안에서 그 모든것들이 섞여 어느순간에 스트레스가 풀린다. 하지만 그걸 내 주위사람들에게 말하기엔 부끄러워 익명으로 글을 올리곤 했다.
책공의 독서모임은 신기하다. 비슷한 사람들이 모였지만 비슷한 주제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어느 순간에는 열정 넘치는 직장인이었다가 어느 순간에는 재미있는 동네 형, 누나들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글처럼 중구난방이지는 않지만, 대화 주제조차도 조직과 개인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것이 큰 매력인 것 같다. 이제야 몇달이 지나면 다 형 동생하는 사이가 될거라는 대표님의 말씀이 이해가 된다.
아쉽게도 코로나바이러스때문에 원래 예정되어있던 다음 모임일정이 잠시 보류되었는데, 대신에 임시로 메모리 라운지를 운영한다고 한다.
메모리 라운지는 대면접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적인 무언가를 공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거나, 본인의 일상/취미를 공유하는 두 개의 타입이 운영 중이다. 모임이 불투명해지자 바로 이런 방안을 내서 실행하시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멋있었다.
이번 모임에 늦게 참여한 것이 참 아쉬운것같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어서 어쩔수는 없었지만, 다음부터는 꼭 제시간에 모두 참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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